EGOISM
WORLDLINESS
絶望
나는 이 느낌을 안다.
몇번째인지 세는 것을 포기했지만 아마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 모퉁이를 지나면 나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드는 신세계가 있을 것이고, 나는 그에게 손을 흔들 것이며 그는 내게로 뛰어오는 도중에
죽는다.
죽는다, 차에 치여서.
죽는다, 소울젬이 깨져서.
몇번이고 반복해서야 이 잔인한 사실을 인지해 말로 꺼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 사실을 머릿속에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는 바람에 구토를 일으키곤 했다. 꿈일거야, 꿈일거야. 그리고 그 세계가 죽은 시점으로부터 나는 시간을 되돌리기 시작한다. 마력의 작용인지 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세계가 죽는걸 몇번이나 보아오고, 절규하고, 절망하고...
'이번엔 구할 수 있을거야.' 라고.
헛된 희망을 놓지 않은 채 절망의 구렁텅이 속을 허우적대는 것이다.
시간이 왜 돌아가는걸까? 라고 생각할 틈은 없다,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세계를, 반복한다. 몇번이고. 뇌가 부숴질 때까지.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세계도 오지 않는다. 내가 움직여서, 발걸음을 옮겨서 흑백색 횡단보도에 가면 그때부터 막이 올라간다. 혹시 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마녀의 결계에 있는걸까? 저주에 빠져서 이런 일을 겪는게 아닐까? 내 심장은 몇 번이고 세계의 붉은 빛과 함께 죽어갔다. 결국 내 표정은 이제 바뀌지 않는다.
세계의 시체를 보고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아. 왜냐면, 봐왔으니까. 몇번이고. 끔찍해서 엉덩방아를 찢지도 않아. 나는 처음으로 그 붉은빛에 가까이 다가가 엎드려 키스했다. 비릿한 쇠 향과 약간 탄, 현실적인 내음이 온 감각을 뒤덮는다.
...그래도, 사랑해.
네가 진짜 죽든, 내가 미쳤든. 이 모든게 망상이든.
나는 이제 너를 구하지 못할걸 알아. 하지만... ...이 미로를 계속해서 달릴거야. 10초도 되지 않는 네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말라버린 눈물은 더 이상 없지만, 의미가 사라지진 않는다. 너는 아직 내 세계 안에 있다. 회색으로 퇴색된 풍경과 함께 무너지는 나는 망가져도 그 사실만은 잊지 않아.
사랑해, 신세계. 나의 절망이자 희망. 내 모든 것.
어디선가 시계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끔찍한 비명소리였다. 흐려지는 시야 아래로 횡단보도는 다시 희고 검게, 붉은 색을 지워내면서 멀어져갔다.
-
[결국 마녀가 되었구나. 데자아. 끔찍한걸. 자각은 못하는걸까? 그래도 역시 이 마력 공급 방법은 효율적이야. 마수때보다 말이지.]
어서 다른 계약자를 데려와야겠는걸, 흰 생물은 결계를 지나쳐 깡총 깡총 뛰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