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OISM
WORLDLINESS
SICKNESS
일어나 봐, 라고 말하기도 전에 세계는 자아가 문을 열자 이미 상체를 일으켜 앉아있었다. 잠 자다 깼어? 아니, 방금 깼어. 그 말이 맞는듯 세계의 눈에는 마저 털어내지 못한 졸음이 묻어있었다. 약의 증상이려나. 어쩌다가 몸살이 걸린 세계는 아직도 열이 내리지 않은 듯 보였다.
그러니까, 좀더 몸 조심하라니까...
괜히 더 속상한 말을 꺼냈다가 세계의 마음을 상하게 할 까봐 자아는 말을 삼켰다. 평소에도 그렇게 많이 일하고 돌아다니면서 잠은 자신보다 적게 자는게 마음이 아팠는데, 이렇게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더 괴로웠다. 세계는 웃어보이며 자아가 든 쟁반 위에 있는걸 살폈다.
"죽 전문점 가서 사온거야?"
"배달 시켰어."
"배달도 해주는구나...죽..."
"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먹어. 약은 식후 삼십분이니까 그때 가져다줄게."
"자아님이 이렇게도 챙겨주고, 아프면 안되겠다."
"그래, 아프면 안 돼."
침대에 걸터앉아 빤히 바라보니 세계가 먹기 부담스럽다며 킥킥 웃었다. 먹여줄까? 하고 자아가 여분 수저를 드니 고개를 젓는다. 축 늘어진 검은 머리칼 아래의 붉으스레한 얼굴이 더워보여, 자아는 창문을 열었다. 열고나니 또 추울거 같아 걱정이다. 저 잠옷, 여름용일텐데.
"다음부터는 안 아플게."
"사실 넌 좀 이렇게 많이 쉬어야 된다고 생각해."
"에이... 시간 아까워."
"안 아까워. 쉬는 시간은."
"오늘만 쉬고 어서 일어설게. 아프면, 자아랑 못 놀잖아."
"누워 있어도 놀 수 있어."
응? 하고 세계가 다 먹은 식사 쟁반을 내려놓자 자아가 쪽, 하고 볼에 입맞춤을 가볍게 선사했다. 이게 노는건가?... 노는거지. 세계는 몸살 옮으면 안되는데, 하면서 자아의 어깨를 잡았다.
"옮으면 네가 나 간호해주면 돼."
"둘 다 골골거리고 있으면 어쩌게?"
"계속 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안 그래?"
자아가 몸을 움직이자 침대가 살짝 출렁였다. 자아는 세계의 상반신을 다시 눕히고 천천히, 그리고 깊숙히 키스했다. 평소라면 좀 더 오랫동안 입술을 마주했을텐데, 숨이 가쁜 세계가 할딱이니 어쩔수 없이 입을 떼고 목덜미를 깨물며 핥았다. 제 품 안에 안긴 세계의 흉부가 오르락 내리락거리며 새어나오는 새된 소리를 들었다.
"환자한테...이러는거...반칙..."
"뭐가?"
"어질어질해..."
"눈 감고 있어."
눈을 감으면 네가 안보이잖아... 라고 말하기도 전에 한번 더, 열에 들뜬 키스를. 서늘한 바람 아래에서 커튼이 사그락거렸다. 어쩐지 이번 몸살은 금방 낫지 않을 듯 했다. 이렇게, 열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나는걸 보면.